Amor F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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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사겠다는 예비매수자가 해외 거주하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매수의사를 밝힌 후로 실제 계약 날짜를 잡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제일 큰 이유는
외국인의 경우 사인증명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중국 거주하는 중국인이었기 때문에
현재 중국의 코로나 상황등과 겹쳐서
사인증명서를 발급해서 일본으로 보내는데 시일이 지체되고 있다 했다

별수있나.. 기다려야지..
드디어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당초 예상보다 약 2주정도 늦어진 오늘
드디어 계약서에 도장을 한 20번은 찍고
계약금을 수령하고 바로 은행에 입금한 뒤
집에 돌아왔다

그래서 오늘은 주변 지인들에게만 해줬던, 내가 부동산을 매수했을때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해볼까 한다
내가 그동안 이걸 포스팅하지 않은 이유는
나는 상당히 예외적인 케이스라는 것을.. 맨션을 구입한 후에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다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맨션, 즉 거주할 자가를 사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2018년 겨울 무렵이었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개인적인 생각들이 영향을 미쳤지만
일단 그건 생략을 하겠다





그때는 일본에 산지 딱 12년정도 될 무렵이었다
영주권에 대한 필요성은 딱히 느끼지 못해 (취업비자 갱신의 귀찮음만 덜뿐,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다) 그동안 영주권 발급신청을 안했었는데 집사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영주권 신청부터 했다
그 무렵에는 영주권이 나오는데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도 걸린다는 말이있었는데
나는 왠일인지 5달정도만에 발급을 받았다.

일단 영주권 신청을 해뒀으니, 그 다음으로 물건을 보러 다녔다
나는 이론 공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일단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성격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부동산 사이트를 찾아서 거기 올라온 신축 맨션 위주로 보러다니기 시작했다

이때 내가 생각한 맨션의 구입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좀 비싼 물건이더라도 언제 팔아도 당장 팔릴 입지에 있을 것. (언제 어떤 일로 한국에 가게 될지 모르니)
2. 부동산 하락장이 와서 가격이 떨어져도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하락폭일 것. 다시말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물건일 것. (일본 2018-2019년은 부동산 꼭지라고 불리는 시장이었다)
3. 현재 월세 (야찡)과 대출 매월 변제 금액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
4. 타워맨션이 아닐 것. (고층 공포증...and 지진무서워..)
5. 혹시 나중에 안팔려도 내가 계속 살고 싶은 집일 것.

이 정도의 조건을 머리에 넣고 신축 맨션 내람 신청을 하고 2~3주에 한건 정도 보러 갔다.
그렇게 한 6~7건을 봤을때
대충 도쿄 도내 입지 좀 좋다는 지역의 대략적인 시세와
건설회사별 맨션 특징등을 알게 되었다.
발품만 판게 아니라 손품도 열심히 팔아서 입지별로 시세 변화 추이는 인터넷 서치를 통해 어느정도 파악했다.

일본 맨션중에 3대 건설사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있는데, 물론 이런 네임드 건설사가 당연히 맨션을 잘 짓기야 하겠지만
실거주를 염두하고 물건을 보러 다니게 되면 또 거기에서도 그레이드가 나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각 건설사의 라벨..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브랜드는 실거주 시선에서, 집안 설비와 인테리어 자재등을 돈을 좀 들여서 해놓은 브랜드가 있는 반면
어떤 브랜드는 약간.. 깡통맨션이라고 해야 하나.. 기본적인 구조만 해두고 월세받는 임대용으로 내놓기에 걸맞은 맨션으로 만들기도 하더라.
그러니까, 네임드 건설사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그 입지의 다양한 니즈에 맞게 설계가 되었을 확률이 높으니, 직접 보고 가격이 합당한지 따져야 한다.

지금이야 부동산투자 공부를 시작했으니까 임장이라는 단어도 알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개념도 없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래도 저런 조건을 확실하게 정해두고 집을 보러 다녔던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집을 5~6건 정도 보러다닐때까지만 해도 딱 이거다 싶은 물건이 없었다
그저 고만고만한 물건들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었다
사긴 사야 되는데.. 확신이 없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추세에 있었기 때문에 아직 덜오른, 입지가 괜찮은 지역을 추리기는 했는데..
딱 이거다 싶은 물건이 없었다.
그리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그때 모아둔 목돈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집을 살때 아타마킹 이라고 해서, 한국식으로 말하면 보증금을, 은행 대출심사할때 증명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많지도 않고 보통 집의 10%에서 20%금액인데 난 그정도도 없었다
그야말로 욜로족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어디서 줏어들은 건 있어서
그 아타마킹까지 다 해서 론대출 안해주나요? 이딴 소리나 해대고 있었다.
(이게 예전에는 가능했다고 한다. 내가 그때 좀 옛날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쉽게 말해 아타마킹을 증명하는 이유는, 집을 살때 필요한 초기비용이 약 300~500만엔정도 필요한데, 일단 이걸 낼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하는 수단이 아타마킹인거다. 한마디로 은행에 집가격 + 초기비용까지 다해서 론대출 안해주나요? 라고 양심없는 소리를 하고 다녔다는 뜻..)
당연히 요즘 세상에 그게 될리가 만무했다
내집마련의 꿈은 그렇게 시련을 맞이하고 있을 때... 부동산 사이트에서 신축맨션 광고 하나를 발견했다
미래의 우리집 광고였다.

우리집은 미나토구 아자부와 시로카네 중간쯤에 있는데
이 지역은 도쿄도심에서도 일단 가격적인 면에서 최고입지를 자랑한다.
그런 입지이니.. 당연히 비싸겠지.. 라 생각하고 그냥 구경이나 해보자 라는 생각에 내람신청을 했다
정말 기대를 1도 안하고 내람일에 방문을 했는데
동네는 역시 조용하고 깨끗하고 치안도 좋아보이고
무엇보다 맨션이 네임드 건설사에 내부 인테리어도 실거주자 니즈에 맞게 고급자재를 써서 잘해뒀더라. 내가 싫어하는 타워맨션도 아니고. 여러모로 맘에 쏙드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가격과 아타마킹..

나를 맞이한 건 나이가 좀 되는.. 50대정도의 아저씨 영업직원이었다. 이미 이바닥 산전수전 다 겪은 포스가 눈빛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집이 꽤 마음에 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어필했고
하지만 나는 돈이 없소...도 솔직하게 다 말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사라졌다가
다시 와서 내게 솔깃한 제안을 건네었다.
(그래서 나는 집 구입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하는게, 집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면 오히려 매수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영업직원도 더 잘대해주는 것 같다.)




보통 맨션은 건축중에 내부를 못보는 상태에서 매수자를 모집에서 판매가 다 되면 그냥 그대로 매수자가 입주해서 살지만
그게 아닐 경우 그 맨션에 방 두세개를 사무실처럼 쓰면서 거기에서 접객을 하고 그 방도 나중에 사겠다는 임자가 나타나면 판매하는 식인데
그 맨션은 그때 방 두개를 그렇게 쓰고 있었다.
아저씨가, 지금 맨션에 방이 세개 남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저 옆에 있는 방인데, 거기는 우리가 사무실로 지금 쓰고 있어서 만약 당장 입주를 안해도 된다면 그 방을 가격을 좀 낮춰서 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접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직원 둘이 벽이랑 바닥 다 커버쳐놓고 사무실로만 쓰고 있는 방이었는데
중고도 비싸게 주고 사서 들어가는 마당에 그걸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나는 급하게 당장 이사를 할 필요도 없으니
그 방을 만약 다운된 가겨에 살 수 있다면 그 입지에서는 시세보다 훨씬 싸게 구입하는 거였고
하이라이트는 이 눈빛 강렬한 영업부장님이 풀대출까지 되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이었다.
여기에는 그 때 내 조건이 대출받기 좀 좋은 조건이었던 것도 한몫했던 것 같은데..
회사가 규모가 있는 금융회사이고, 내 연봉이 대출을 변제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연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걸려든 것을 확인한 영업아저씨는
나에게 니가 원하는 사고 싶은 가격을 적어봐라. 라는 엄청난 주문을 했고
나는 짱구를 엄청 굴렸지만, 너무 후려칠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정도면 누가 봐도 싸게 잘샀다라 해줄 수 있는 라인선에서 가격을 제시했고
놀랍게도 영업아저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는 그렇게 땡전 한푼 안들이고 (계약금이나 수속 과정 수수료, 세금등은 들었지만)
풀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 되었다

그리고 대출이자역시, 지금 한국의 대출금리는 5퍼를 넘어간다고 하는데..
내가 집을 샀을때는 우대를 받아 0.45%선이었고, 거기에 생명보험같은 거를 넣어서 0.65%정도에 정해졌었으니
대출도 뭐 거의... 거저에 가까운 금리였다. (보통은 1~3퍼선인듯)
고정 몇년할까 고민하다가 3년했는데, 주변에 부동산 투자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보통 10년한다고 하더라. 다음에는 10년 하련다..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내가 집을 구입하기까지의 스토리이다.
내가 이 얘기를 주변에 집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었지만
단 한명도 비슷하게 구입한 케이스를 보지 못했다
일본인들마저도, 내가 정말 이례적으로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깜박잊고 넘어갈뻔했는데
내가 그렇게 좋은 조건에 집을 살 수 있었던건
당시의 미묘한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 있었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천정이었기 때문에
스멀스멀 한국식으로 미분양 물건.. 이라고 하는 공실률이 높아진다는 말이 돌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알게모르게 부동산업자들도 팔 수 있으면 빨리 팔고 정리하고 싶다는 느낌도 풍기는 그런 시장이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집을 샀던 것이다...

그렇게 2019년, 남들 팔기 시작하던 천정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고
이듬해 바로 코로나 쇼크가 찾아왔다.
하지만 어느정도 리스크가 있어도 감내가능한 물건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컨디션이 굉장히 좋은 집이기 때문에 재택 내내 쾌적하게 일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집을 주변 시세와 비교해서 충분히 저렴하다라는 생각에 구입을 했었기 때문에
주변시세와 키맞추기를 하게 된다면 여기까지는 오를수도 있겠다라 생각해둔 라인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 라인에 딱 맞게 집을 사겠다는 매수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매도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 매수자가 매수를 결정한데에는 최근 우리집 근처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될 것 같은 움직임이 있는게 큰 이유인데
향후 집값이 많이 오를게 확실한 호재이지만
재개발이 완료되고 내가 새맨션에 거주하게 되는게 약 10년후이기 때문에
나는 그 시간적인 부분에 투자하기 보다는 현재의 시세차익만 챙기는 쪽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내가 2019년 그 꼭지에서 집을 매수할 때
일본인 친구는 걱정을 많이했다.
과연 지금 집을 사는게 옳은걸까?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꼭 뭐가 옳다 그르다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때로는 긍정의 힘으로 어느정도 용기를 내보는 것도 생각지 못한 행운을 가져다 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아꼈던 우리집
코로나 힘든 시기에 많은 위로가 되준 우리집
사실 그렇게 막 팔고 싶다 그런것도 아니어서 마지막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내가 그랬듯 누군가가 또 이집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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