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 Fati

감사

2024. 3. 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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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문득 일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는 순간이 있다
특별히 착한 일을 많이 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남들보다 뛰어나지도 않은 내게
이렇게 받아도 괜찮나.. 싶을 정도의 행운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최근 직장 때문에 근 한달 여 너무너무 고민이 많았다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의 행복한 고민에 대한 부분도 컸다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진짜 이번만큼 고민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오랜 고민을 했다
나는 왜 이토록 결정장애인가.. 하는 자신에 대한 책망도 컸다
 
이번에 일본에 간김에
바로 앞전 퇴사한 회사의 매니저와 잠시 30분정도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바로 앞전 회사 얘기를 하자면 (여기도 규모가 큰 외국계 금융회사다)
원래 10명 정도의 구성인 팀이었는데
내가 입사를 했을 때 3명만 남은 상황이었고
여러가지 매니지먼트 문제로 인해 남은 3명도 배째라 결근을 밥먹듯 하고
업무 부담은 옆부서가 케어해줘서 근근이 비지니스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나는 일복이 참 too much하다)
나는 그 전 회사에서도 점심식사도 거의 못하는 바쁜 업무 스케쥴로 인해
이미 번아웃이 온 상황에서 전직을 한 것이었는데...........말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에 투입된 나는
최선을 다했다
아무래도 짬이 쌓이다보니
대충 외국계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 흐름은
관련부서와 어떤식으로 연계해서 스피드를 내고 어떤 방식으로 고객사 expectation을 manage해서 딜리버리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아무튼 나는 최선을 다했고
위기는 넘어가고
회사는 추가 리소스를 채용해서
그렇게 다시 팀이 궤도에 올랐을때
나는 바이바이~ 한국 갈게~ 하고 퇴사를 했다
 
퇴사 인터뷰를 할 때 매니저에게
나도 힘들긴 했지만
그 힘든 상황에서 매니저 당신은 더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결단을 내리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정말 존경한다. 정말 멋진 여성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매니저가..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근데 나는 진심이었고
진심은 통했나 보다.
매니저가 그런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고
그 긴 커리어동안 처음있는 일이었다고 했다
진심은..
국경을 초월하는 만국공통언어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도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일화가 있는데
그러고보면
매니저라는 포지션이
정말 외로운 포지션이 아닌가도 싶다
물론 일을 제대로 하는 매니저에 국한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일도 있고 해서
그만두고 나서도 가끔 문자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는데
이번에 차 한잔 하려고 만났을 때
요즘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너무 자세히는 말 안하고
결정을 내리기가 너무 어렵다.. 나는 너무 우유부단하다..라는 말을 했더니.
그 매니저가 그렇게 말해주었다
 
우유부단하다는 말은
결정을 못내린다기 보다는
그만큼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리는 결정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을 내렸을 때는
그 결정에 후회도 없고
자신도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라는 무거움이 있다
우유부단해도 된다
충분히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렇게 내린 결정에 대해서
또 최선을 다해 따라가면 된다
 
이렇게나 너무 멋진 말을 해 준 것이다.
나는 이 말이 너무 멋져서
꼭 다음에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보면
너무 당연한
흔하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통찰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을 기억하고
남겨서
누군가와 공유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다음 날 드디어 결정을 내렸고
마음은 한결 홀가분해졌다
5월부터는 다시
도쿄일상이 시작된다.
다시 열심히!
뛰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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